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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몇 천 원짜리 편의점 디저트가 20분 만에 동났다 — K-편의점이 만든 새로운 방정식

애들빙자여행러 · 2026년 6월 25일

2024년 10월, 편의점 앱에 알림이 떴습니다.

"밤 티라미수 사전 예약 시작."

5분 뒤, 완판이었습니다. 2만 개가 사라졌습니다.

이것은 한정판 운동화 이야기가 아닙니다. 편의점 디저트 이야기입니다. CU가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권성준 셰프, 일명 '나폴리 맛피아'와 협업해 내놓은 제품이었습니다. 이 상품은 출시 후 14일간 총 14만 개가 팔려나갔습니다. Bloter

GS25도 뒤질 세라 움직였습니다. 넷플릭스와 공식 파트너십을 맺고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들과 협업한 간편식 시리즈를 순차 출시했습니다. 조광효 셰프의 중식 시리즈 2종은 사전 예약 시작 27분 만에 1,000개 한정 물량 전량이 소진됐습니다. Hankyung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1. 경기가 나빠질수록 사람들이 찾는 것

경제가 어려울 때, 사람들은 지갑을 닫습니다. 그런데 완전히 닫지는 않습니다. 큰 소비를 미루는 대신, 작은 즐거움에 더 민감해집니다. 비싼 레스토랑은 포기하더라도 퇴근길에 사는 특별한 디저트 하나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소확사'라고 부르기도 하고, 영어로는 '어포더블 럭셔리(affordable luxury)'라고 합니다.

이 심리가 편의점에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이 기회를 어떻게 잡느냐였습니다. 가격이 싸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람들은 '저렴한 것'을 원하는 게 아니라, '저렴하지만 특별한 것'을 원합니다. 그 특별함의 근거가 필요했습니다.

K-편의점이 찾은 답은 셰프였습니다.

2. 셰프가 들어오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편의점 음식에 대한 오랜 인식이 있습니다. 싸고, 빠르고, 그냥저냥 먹는 것.

그런데 스타 셰프의 이름이 붙으면 이 방정식이 달라집니다. 소비자는 같은 가격대의 음식에서 전혀 다른 가치를 느낍니다. 레스토랑에서 먹으면 수만 원 할 셰프의 레시피를 몇 천 원에 경험한다는 감각. 이것이 '특별함의 근거'가 됩니다.

중요한 것은, 이 셰프들이 단순히 이름을 빌려준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흑백요리사'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대중이 그 요리를 직접 봤습니다. 권성준 셰프가 편의점 재료만으로 밤 티라미수를 만들던 장면을 수백만 명이 화면으로 목격했습니다. 그 기억이 있는 상태에서 제품이 나왔습니다. 이건 일반적인 셀럽 마케팅과 다릅니다. 신뢰의 근거가 이미 콘텐츠 안에 내장되어 있었습니다.

3. 선순환: 콘텐츠가 매장을 바꾸다

이 구조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보입니다.

편의점은 원래 콘텐츠 공간이 아닙니다. 필요한 것을 빠르게 사는 곳입니다. 그런데 K-편의점은 이 공간을 K-콘텐츠 생태계의 오프라인 접점으로 만들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던 사람이 다음 날 편의점에서 그 드라마 속 음식을 직접 살 수 있는 구조입니다. 화면 안의 경험이 실물로 확장됩니다.

GS25는 2023년 6월부터 넷플릭스와 손잡고 협업 상품 33종을 출시했고, 1년간 누적 판매량 1,200만 개, 35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단일 채널 기준으로 이례적인 숫자입니다. Hankyung

CU는 이미영 조리사와 협업한 '급식대가' 시리즈로 누적 700만 개를 돌파했고, 에드워드 리 셰프 협업 상품은 출시 한 달 만에 100만 개 판매를 넘겼습니다. M-i

선순환이 만들어집니다. 콘텐츠의 인기가 편의점 판매로 이어지고, 편의점에서 제품을 경험한 소비자는 원작 콘텐츠에 더 깊이 연결됩니다. 둘이 서로를 강화합니다.

4. 다음 무대는 어디인가

국내에서 검증된 이 모델은 지금 해외를 향하고 있습니다.

CU는 2025년 11월,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중심가에 첫 매장을 열었습니다. 한국 편의점이 미국 땅을 밟은 최초의 사례입니다. CU 운영사 BGF리테일은 이를 두고 "편의점의 종주국에 역진출했다"고 표현했습니다. Atlantajoongang

이것이 왜 의미 있냐고 묻는다면, 편의점이라는 업태 자체가 미국에서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1927년 텍사스에서 7-Eleven의 전신이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그 나라에 한국 편의점이 들어간다는 것은 단순한 해외 진출이 아닙니다. 업의 개념 자체가 달라졌다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미국 편의점은 전통적으로 담배, 음료, 스낵 위주였습니다. 반면 K-편의점은 즉석식품, 디저트, 셰프 협업 PB 상품까지 망라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에 가깝습니다.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점에 이 모델이 들어갑니다.

CU와 GS25를 합한 해외 점포는 이미 1,500개를 넘었습니다. CU는 몽골,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에 이어 하와이까지 진출했고, GS25는 베트남에서 현지 대형 편의점 브랜드들을 제치고 점포 수 기준 2위 사업자로 올라섰습니다. Sedaily

Conclusion

밤 티라미수 한 개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꽤 먼 데까지 왔습니다.

결국 이 이야기의 핵심은 편의점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살 때 무엇을 원하는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맛. 가격. 그리고 그것을 살 이유, 즉 이야기.

K-편의점이 찾아낸 것은 셰프라는 이름이 아니라, 콘텐츠가 만들어내는 신뢰였습니다. 직접 요리하는 장면을 본 사람은 그 결과물을 믿습니다. 스크린이 설득을 대신하면, 편의점은 그 결과를 수확합니다.

이 구조가 얼마나 확장될 수 있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와이의 CU 1호점 앞에 줄 선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그 답의 시작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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