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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는 쌀, 유럽은 밀, 그렇다면 아프리카는? '단 하나의 주식'이 존재하지 않는 진짜 이유
세 가지 색깔의 아프리카 부엌사헬 지역의 어느 마을, 건기의 흙바람 속에서 한 여성이 절구에 수수와 진주기장 이삭을 넣고 찧고 있습니다. 이 곡식은 저녁이면 따뜻한 죽이 되어 가족의 허기를 달래줄 것입니다. 같은 시각, 서아프리카의 습한 우림 지대에서는 또 다른 여성이 방금 캔 카사바 뿌리를 물통에 담급니다. 독성을 빼기 위해 며칠을 기다려야 하는 인내의
[같은 콩, 다른 그릇 ]후무스가 사막을 건너며 잃은 것과 얻은 것
모로코 페스, 메디나의 새벽을 상상해보겠습니다.해가 채 뜨지 않은 골목, 좁은 가게 앞에 벌써 사람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안쪽에서는 커다란 구리 냄비가 숯불 위에서 뭉근하게 끓고 있습니다. 병아리콩입니다. 하룻밤 불려서 몇 시간을 삶은 콩이 냄비 안에서 물러지고 있습니다. 상인은 콩을 완전히 곱게 갈지 않습니다. 절반은 으깨고, 절반은 그대로 남겨둡니다.
씨앗만 훔치고 '이것'을 버려 수만 명이 죽었다? 옥수수가 불러온 200년의 비극
1. 두 대륙, 같은 곡물, 다른 풍경18세기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의 어느 농가, 식탁 위에는 노란 폴렌타 한 그릇뿐입니다. 이 집 아이의 팔에는 붉고 거친 발진이 번져 있고, 햇볕이 닿는 곳마다 피부가 갈라집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원인 모를 병을 두려워하며 전염병이라 수군거리지만, 누구도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합니다.같은 시기, 대서양 건너 멕
같은 씨앗인데 왜 누구는 피자를, 누구는 검은 빵을 먹을까? 밀의 인류학적 탐험
1. 새벽의 반죽이 건네는 질문나폴리의 새벽 4시, 화덕의 열기가 공기를 데울 무렵 제빵사는 노랗고 거친 듀럼밀 가루인 '세몰리나'를 반죽대 위에 쏟습니다. 손바닥으로 꾹꾹 눌러 빚은 이 단단하고 노란 반죽은 곧 뜨거운 화덕 속에서 바삭한 피자로 거듭날 준비를 마칩니다. 같은 시각, 발트해 연안의 어느 부엌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곳의 제빵사
밥 vs 빵 vs 토르티야: 세 가지 곡물의 '물성'이 설계한 인류 문명의 식탁
어느 유럽의 마을, 새벽의 빵집을 상상해보겠습니다.제빵사가 밀가루 반죽에 물을 붓고 손으로 치대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뻑뻑하던 반죽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매끄러워지고, 손끝에서 늘어났다가 다시 돌아옵니다. 이 반죽은 몇 시간 뒤 오븐 안에서 부풀어 오를 겁니다.같은 시간, 동아시아의 어느 부엌을 상상해보겠습니다.솥 안에 씻은 쌀과 물을 넣고 불을 올립니
같은 멸치와 소금인데… 왜 이탈리아는 '살려두고' 한국은 '녹여버렸을까'?
4월 끝자락, 이탈리아 남부 아말피 해안의 작은 어촌 체타라를 상상해보겠습니다.새벽 배가 항구로 들어옵니다. 그물 안에는 멸치가 가득합니다. 어부들은 서두릅니다. 이 생선은 몇 시간만 지나도 조직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머리를 떼고 내장을 걷어낸 멸치를, 밤나무로 만든 통 안에 소금과 함께 켜켜이 쌓습니다. 한 켜는 멸치, 한 켜는 소금. 맨 위에는 무거운
미사일보다 무서운 ‘밥상의 전쟁’: 식량 공급망이 무기가 되는 시대
1. 당신의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는 진짜 이유최근 마트에서 집어 든 식재료의 가격표를 보고 당혹스러웠던 적이 있으신가요? 단순히 날씨 탓이라 생각하셨다면, 당신은 현대전의 가장 치명적인 전장을 놓치고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오늘날 강대국들은 미사일이 아닌 ‘밥상 위 식량’과 그 공급망을 통해 상대를 굴복시키는 전략적 선택을 내리고 있습니다. 총성 없는 전쟁
비행기에서 라면 못 먹는 시대, '하늘 위 소확행'은 왜 리스크가 되었나?
1. 기내라면의 향수와 갑작스러운 중단해외여행을 떠나는 비행기 안, 좁은 좌석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컵라면을 받아 들었을 때의 설렘을 기억하시나요? 많은 한국인 여행객들에게 기내 컵라면은 단순한 간식을 넘어 장거리 비행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작은 행복'이자 여행의 상징과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 소소한 풍경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습니다.재작년
스페인은 왜 하루에 다섯 번 먹을까? 오전 11시의 거대한 샌드위치 에스모르사렛
발렌시아, 오전 11시를 상상해보겠습니다.카페 앞, 노동자 몇 명이 서 있습니다. 이미 아침을 먹고 두 시간 넘게 일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지금, 또 한 번 식사를 시작합니다.빵을 반으로 가릅니다. 그 안에 소시지를 넣습니다. 돼지고기를 넣습니다. 삶은 달걀을 얹습니다. 감자까지 채워 넣습니다. 옆에는 올리브 한 접시, 땅콩 한 줌. 마지막에는 럼을 넣은
《지금 당신이 먹은 음식의 주인은 누구인가?》우리가 몰랐던 커피 한 잔 뒤의 주인들
2018년 5월, 스위스 브베를 상상해보겠습니다.레만 호수를 낀 작은 도시, 세계에서 가장 큰 식품기업의 본사가 있는 곳입니다. 이날 이 회사의 임원실에서 서류 하나에 서명이 이뤄집니다. 금액은 71억 5천만 달러. 상대는 미국 시애틀의 커피 회사, 스타벅스입니다.이 계약으로 무엇이 넘어갔을까요. 스타벅스 매장은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원두를 볶는 방식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