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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르스트뢰밍과 스뫼레브뢰: 같은 생선이 북유럽 나라마다 완전히 달라진 결정적 이유

애들빙자여행러 · 2026년 9월 2일

1. 가을 새벽, 검게 박동하는 바다의 비밀

1770년대 스웨덴 서해안의 보후슬렌(Bohuslän) 지방으로 거슬러 올라가 봅니다. 가을 새벽, 좁은 만 안쪽으로 청어 떼가 밀려들면 바닷물은 더 이상 푸른색이 아니었습니다. 수억 마리의 은빛 비늘이 뒤엉킨 바다는 마치 거대한 생명체가 맥동하듯 검게 변했습니다. 그 밀도가 어찌나 높았던지, 어부들이 노를 저으면 물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묵직한 물고기 더미에 노가 걸릴 정도였죠.

해안가에서는 청어 기름을 짜내는 가마들이 밤낮없이 검은 연기를 내뿜었습니다. 이 기름은 멀리 파리의 가로등을 밝혀 근대의 밤을 비추었고, 독일에서는 비누가 되어 일상으로 스며들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파리의 밤을 밝히던 이 풍요로운 생선은 북유럽의 국경을 넘을 때마다 전혀 다른 형태의 요리로 변모했습니다. 같은 바다의 같은 물고기가 왜 나라마다, 혹은 지역마다 완전히 다른 식문화를 형성했을까요? 그 이면에는 국가라는 경계보다 훨씬 강력했던 지리적, 경제적 '조건'의 서사가 숨어 있습니다.

2. "청어라고 다 같은 청어가 아니다" — 생물학적 결정론

북유럽 식탁의 차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우리가 '청어'라고 뭉뚱그려 부르는 존재의 실체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북해(North Sea)와 발트해(Baltic Sea)의 청어는 단순히 사는 곳이 다른 것이 아니라, 환경에 의해 신체 구조 자체가 재편된 아종들입니다.

  • 북해 및 노르웨이 청어: 염분이 높은 대양의 조건에서 자라 몸집이 크고 지방이 대단히 풍부합니다.
  • 발트해 청어(스트뢰밍/실라카): 염분이 낮은 '기수(Brackish water)' 환경에 적응했습니다. 낮은 염도에서 체내 삼투압을 조절하는 데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다 보니, 성장에 쓸 에너지가 부족해 몸집이 작고 지방이 적은 것이 특징입니다.

스웨덴어로 '스트뢰밍(Strömming)', 핀란드어로 '실라카(Silakka)'라 불리는 이 작은 생선은 북해의 거대한 청어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식재료였습니다. 결국 북유럽의 맛을 가른 첫 번째 기준은 인간의 취향이 아니라, 바다가 품은 염분의 농도라는 생물학적 결정론이었습니다.

3. 수르스트뢰밍의 악명 높은 냄새, 사실은 '생존의 지혜'였다

스웨덴의 발효 청어 '수르스트뢰밍'은 오늘날 자극적인 냄새로 희화화되곤 하지만, 식문화 사학자의 눈으로 본 이 음식은 '결핍에 대한 인간의 가장 합리적인 대응'입니다. 과거 냉장고가 없던 시절, 소금은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라 부패를 막는 유일한 방패이자 그 자체로 가치 있는 '돈'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나 무역 봉쇄로 소금 공급이 끊기면 어부들은 절망에 빠졌습니다. 소금이 넉넉했다면 네덜란드나 스코틀랜드 기술자들에게 배운 방식대로 소금에 푹 절였겠지만, 소금이 귀해지자 그들은 최소한의 소금만을 사용해 '부패'가 아닌 '제어된 발효'를 유도했습니다.

"소금은 냉장고가 없던 시대의 방부제이자 권력이었습니다. 수르스트뢰밍은 그 권력을 가질 수 없었던 이들이 단백질을 보존하기 위해 선택한 처절한 최선책이었습니다."

고농도의 소금으로 미생물을 죽이는 대신, 유산균의 힘을 빌려 생존을 도모한 이 방식은 '기이한 취향'이 아니라 환경적 제약을 돌파하려 했던 북유럽인들의 지혜가 농축된 결과물입니다.

4. 오픈 샌드위치 '스뫼레브뢰'를 만든 건 공장의 시계였다

덴마크의 상징인 '스뫼레브뢰(Smørrebrød)'는 항구의 수산물과 배후지의 농작물, 그리고 산업화라는 사회적 구조가 맞물려 탄생한 '모듈형 식사'입니다. 덴마크의 토양은 밀보다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호밀 재배에 적합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밀도가 높고 단단한 호밀빵을 주식으로 만들었습니다.

19세기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공장 노동자들에게는 과거처럼 집으로 돌아가 느긋하게 점심을 먹을 여유가 사라졌습니다. 공장의 시계는 엄격했고 점심시간은 짧았습니다. 노동자들은 전날 먹고 남은 절인 청어를 든든한 호밀빵 위에 얹어 일터로 가져갔습니다.

이 '오픈 샌드위치'는 이동성이 높으면서도 고된 육체노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즉각 공급해 주는 완벽한 산업적 식사였습니다. 결국 스뫼레브뢰는 덴마크의 토양(호밀)과 바다(청어), 그리고 시간을 통제하기 시작한 근대 사회의 구조가 결합되어 완성된 문화적 산물입니다.

5. 예고 없이 사라지는 '유령' 같은 풍요와 헐벗은 바위

청어의 역사는 인간이 자연의 섭리 앞에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주는 서늘한 기록이기도 합니다. 청어 어장은 수백 년 주기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예측 불가능한 특성이 있었습니다. 1747년부터 시작된 보후슬렌의 대호황기에 스웨덴 정부는 청어 사체를 바다에 버리지 못하게 하는 법령까지 만들며 이 풍요를 영원히 붙잡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이 풍요의 대가는 가혹했습니다. 청어 기름을 짜내기 위해 가마를 태울 땔감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인근의 울창한 숲이 통째로 베어져 나갔습니다. 1809년, 청어 떼가 약속이라도 한 듯 예고 없이 자취를 감추었을 때 사람들에게 남은 것은 식어버린 가마와 숲이 사라져 버린 '헐벗은 바위산'뿐이었습니다. 오늘날 보후슬렌 해안의 황량하고도 아름다운 바위 풍경은, 사실 인간의 탐욕과 자연의 변덕이 교차하며 남긴 생태적 경고의 흔적인 셈입니다.

6. 국경이 아닌 '조건'이 만든 맛의 지도

북유럽의 청어 요리들을 횡단하며 우리가 확인한 것은, 맛의 지도를 그리는 것은 국가라는 인위적인 경계선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바다의 염분 농도, 소금이라는 자원의 가용성, 인접한 토양에서 자라는 곡물의 종류, 그리고 산업화라는 시대적 속도가 청어의 운명을 갈랐습니다.

실제로 당시 스웨덴 서해안 보후슬렌의 어부는 같은 나라 동해안의 어부보다, 같은 북해의 조건을 공유하는 네덜란드 어부와 더 닮은 식탁을 공유했습니다.

오늘날 우리 식탁 위에 당연하게 올라오는 음식들 중,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조건이 선물한 것은 또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가 즐기는 맛의 이면에는 인간의 의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자연의 서사와 환경에 대한 치열한 응전이 흐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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