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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젯티접란, 잎 끝에서 흔들리는 나비 한 마리

애
애들빙자여행러 · 2026년 9월 25일

— 「오늘부터, 식물집사」 다섯 번째 이야기


이름은 낯설지만, 모습은 어디선가 본 적 있을 겁니다. 좁고 긴 잎이 사방으로 퍼지며 늘어지듯 자라고, 그 잎에 초록과 흰색, 연두색이 세로 줄무늬로 엇갈려 있습니다. 화분 하나에서 잎이 여러 갈래로 쏟아지듯 뻗어 나오는 모습이 마치 잎마다 나비 한 마리씩 앉아 날개를 펴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서, 비젯티접란에는 '나비란'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마침 오늘은 온 가족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이는 추석입니다. 그리고 비젯티접란은 공교롭게도 이런 날에 잘 어울리는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포기나누기로 쉽게 늘어나는 번식력이고, 다른 하나는 요즘 같은 환절기 기온과 정확히 맞물리는 내한성입니다. 아래에서 차례로 짚어보겠습니다.

왜 매력적인가

화려한 꽃도 없고, 극적인 실루엣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비젯티접란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오히려 그 '무던함' 안에 있습니다.

첫째, 줄무늬 잎이 공간에 밀도를 만들어줍니다. 단색의 초록 식물만 늘어놓은 공간은 어딘가 밋밋해 보이기 쉬운데, 비젯티접란의 흰빛 도는 줄무늬 잎을 하나 끼워 넣으면 그 자리만 시선이 머무는 포인트가 됩니다. 화려하게 튀지 않으면서도 은근히 존재감을 냅니다.

둘째, 잎이 사방으로 퍼지는 로제트형 생육 특성 덕분에 어디에 놓아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키가 크게 자라 공간을 압도하는 식물이 아니라, 낮고 옆으로 풍성하게 퍼지는 형태라 책장 위, 창가 선반, 낮은 협탁 등 눈높이보다 낮은 자리에 특히 잘 어울립니다. 늘어지는 잎의 특성상 행잉 플랜트로 걸어두어도 자연스럽습니다.

셋째, 매년 반복해서 살 필요가 없습니다. 포기나누기로 쉽게 번식하는 식물이라, 한 번 잘 키워두면 옆으로 새끼 포기를 계속 내어줍니다. 그 새끼 포기를 분리해 다른 화분에 옮겨 심으면 화분 하나가 어느새 두세 개로 늘어나 있습니다. 선물하기에도, 집 안 곳곳에 같은 느낌으로 통일감을 주기에도 좋은 특징입니다.

오늘, 이 식물을 이야기하는 이유

하나는 나눔입니다. 비젯티접란은 시간이 지나면 원래 포기 옆으로 새끼 포기를 여럿 냅니다. 그 새끼 포기를 떼어 다른 화분에 옮겨 심으면 완전히 독립된 개체로 자랍니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 한 화분에서 나눈 포기를 하나씩 나눠 각자의 집으로 가져가는 것도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방식입니다. 같은 뿌리에서 나눠 간 화분이 각자의 집에서 자라는 모습을 떠올려보면, 명절이 지닌 '나눔'이라는 정서와도 은근히 맞닿아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기온입니다. 비젯티접란이 견딜 수 있는 최저 온도는 10°C입니다. 추석 무렵은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지기 시작하는 시점으로, 그동안 베란다나 마당에 내놓았던 화분들을 슬슬 실내로 들여야 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밤 기온이 10°C 안팎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면, 비젯티접란뿐 아니라 다른 화분들도 한 번씩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아래 기본 정보에서 온도 항목을 함께 참고해주세요.

이런 공간, 이런 분께 어울립니다

  • 은은한 포인트가 필요한 미니멀한 공간에 — 모노톤 인테리어에 줄무늬 잎 하나가 딱 적당한 변주를 만들어줍니다.
  • 창가 선반이나 책장 위, 낮은 자리를 채우고 싶을 때 — 로제트형으로 옆으로 퍼지는 생김새라 좁은 선반에도 부담 없이 올려둘 수 있습니다.
  • 식물을 자꾸 늘리고 싶은 분에게 — 번식이 쉬운 편이라, 하나를 잘 키워 나눠 갖는 재미를 느끼기에 좋습니다.
  • 매일 들여다볼 여유가 많지 않은 분에게 — 물주기 텀이 비교적 여유로운 편이라 관리 부담이 적습니다.

기본 정보

비젯티접란

  • 기본 정보: 학명 Chlorophytum bichetii · 과명 백합과 · 원산지 가봉·인도 남부·중국 남부 · 생육형태 풀모양, 로제트형
  • 빛: 밝은 곳을 좋아하는 식물로 분류되지만, 실내에서는 통풍이 잘되는 밝은 간접광 자리가 더 무난합니다.
  • 물주기: 건조하게 — 겉흙이 마르면 듬뿍 줍니다.
  • 온도: 최저 견딜 수 있는 온도는 10°C입니다. 이보다 기온이 낮아지면 실내로 옮겨야 합니다.
  • 번식: 포기나누기(분주)로 쉽게 늘릴 수 있습니다. 옆으로 새끼 포기를 잘 내는 편이라 번식력이 좋은 식물로 꼽힙니다.
  • 주의할 병충해: 응애, 온실가루이
  • 반려동물·아이가 있는 집: 도감에 별도 독성 정보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로 표기돼 있습니다. 안전하다고 단정하기보다는, 반려동물이나 아이가 잎을 물어뜯지 않을 위치에 두는 편을 권합니다.

한 가지 미리 말씀드리면, 도감에 난이도·심는 시기·개화 시기 같은 몇몇 항목은 아직 채워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위 정보만으로도 키우는 데는 큰 무리가 없지만, 나머지 항목은 계속 보완해가겠습니다.

'란'이지만 난초는 아닙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비젯티접란은 이름에 '란'이 들어가지만, 지난번 다뤘던 호접란·심비디움·온시디움 같은 진짜 난초과(Orchidaceae) 식물이 아닙니다. 비젯티접란은 백합과에 속하는, 분류학적으로 완전히 다른 식물입니다.

한국에서는 길게 뻗은 잎이나 우아한 잎모양의 식물에 관습적으로 '란'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접란, 산세베리아를 부르는 '설란', 문주란 등이 그렇습니다. 이름만 보고 난초 종류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저마다 다른 과에 속한 식물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름과 분류는 다를 수 있다는 것, 식물을 알아갈 때 은근히 유용한 사실입니다.

함께 두면 좋을, 이름부터 다른 식물들

비젯티접란처럼 관리가 쉬우면서도, 이번엔 이름부터 분류까지 확실히 다른 식물들로 짝을 지어봤습니다. 곁에 두면 서로 다른 잎의 질감과 생김새가 대비를 이루어 공간이 훨씬 풍성해집니다.

스킨답서스 — 천남성과에 속하는 덩굴식물로, 형광등 불빛 정도의 약한 빛에서도 잘 버팁니다. 비젯티접란 옆에 두면 잎이 아래로 길게 늘어지는 덩굴형과 옆으로 퍼지는 로제트형이 대비를 이루어 선반 위가 훨씬 입체적으로 보입니다.

산세베리아 — 백합과(또는 아스파라거스과)에 속하며,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는 대표적인 저관리 식물입니다. 곧게 위로 뻗는 잎이 비젯티접란의 부드럽게 퍼지는 잎과 형태적으로 뚜렷한 대비를 이뤄, 나란히 두면 공간에 리듬감이 생깁니다.

아이비 —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덩굴식물로, 서늘한 환경을 좋아합니다. 작고 촘촘한 잎이 비젯티접란의 길쭉한 잎과 질감 차이를 만들어, 함께 두면 서로의 생김새가 더 도드라져 보입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과(科)의 식물을 섞어두면 보는 재미뿐 아니라, 관리 습관도 조금씩 다르게 익힐 수 있어 은근히 좋은 연습이 됩니다. 정확한 관리법은 도감에서 이름으로 검색해 확인해보세요.

도감에서 직접 찾아보고 싶다면 → 식물도감 전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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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하며

화려하지 않아서 오히려 오래 곁에 두게 되는 식물이 있습니다. 비젯티접란은 그런 쪽에 가깝습니다. 은은한 줄무늬 잎이 공간 한켠을 조용히 채워주고, 시간이 지나면 곁가지를 내어 하나가 여럿이 됩니다. 책장 위든 창가든, 낮은 자리 하나를 비워두고 있다면 오늘 그 자리에 나비 한 마리를 앉혀보는 건 어떨까요. 모처럼 가족이 모인 자리라면, 포기 하나 나눠 가는 것도 좋겠습니다.

당신과 식물이 함께 자라는 시간 | 네모네플랜트


※ 비젯티접란의 사진 및 생육 정보는 농사로(농촌진흥청) 제공 자료이며,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이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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