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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직장인 제주 집짓기

Curated byMatMatch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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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꿈과 희망은 무엇인가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가장 하고 싶었던 은퇴 후 ‘제주 집 앞마당에서의 커피 한 잔’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건축의 ‘건’자도 모르던 작가가 좌충우돌 10년간 제주에 집을 짓는다. 처음엔 도전이었던 것들이 어느새 즐거움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미래란 지치지 않고 두드리는 자들의 몫이 아닐지. 제주와 건축이 만났다. <쇼생크탈출>의 앤디처럼 교도소 아니 직장을 탈출해 낭만과 희망의 섬 제주에 꿈을 실현하기 위해 그곳에 자신만의 공간을 짓는 판교 직장인의 판타지 아닌 초리얼리티 이야기. 10년간의 여정은 마무리될 수 있을까. (2025년 브런치 연재)

# 제주라이프# 제주집짓기# 판교직장인# 와랑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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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제집1] 집 짓기가 인생 챌린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

“내가 잘리는 날이 온다면 그때가 제주로 떠나는 날 일 것이다”2016년. 그러니깐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제주에 땅을 얼떨결에 계약하고 우스개 소리로 이렇게 지껄였다.이런 생각에 미래가 든든하기도 했고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 대상이기도 했는데 농담처럼 하던 말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영화 &lt;쇼생크 탈출&gt;을 좋아한다. 감옥의 죄수들이 야외 근로를 나와 어느 건물 지붕 위에서 주인공 '앤디'의 활약으로 땡볕아래 시원한 맥주를 마시게 된다. 몇 년만일지도 모를 일이다. 앤디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정작 앤디는 맥주를 마시지도 않는다. 영화 말미에 앤디가 감옥을 탈출하여 비를 맞으며 만세를 부르는 자유의 장면. 그리고 마지막 멕시코 어느 해안가에서 절친 '레드'를 기다리며 차분하게 배를 수리하고 있었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어쩌면 회사라는 감옥에서 자유를 향한 나의 갈망과도 같았다. 나도 제주의 어딘가에서 앤디처럼 인생의 후반부를 맞이할 수 있을까.엄청난 노력과 자금이 뒷받침된 것은 아니었다. 평범하다면 평범할 것이다. 그냥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부딪히니 문이 열였다고나 할까. 혼자였으면 절대 이루지 못했을 것도 같다. 출근길 버스 안에서 또는 판교의 눈부신 야근 빌딩을 바라보며 인생의 덧없음을 간간히 깨달을 때마다 더욱 박차를 가했던 것도 같다. 코로나 기간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란 스스로 물음에 나의 제주집 앞마당에서 한 잔의 커피를 마시겠다고 답했다.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집을 짓는 것이 익숙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생에 집 한 번 짓기가 쉬운 일인가. 누구나 건축주는 처음이니깐. 집을 짓는 꿈의 과정이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의 연속이었으면 했다. 삶에 파동이 있듯이 그 과정도 롤러코스터 같았다. 솔직히 고백한다.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같이 나에겐 힐링의 순간이 되기도 한 것 같다. 어느덧 나는 &lt;오즈의 마법사&gt;를 만나러 가는 주인공 '도로시'가 되어 있었다. 나의 친구들은 어디에 있을까.이 스토리는 집을 짓기 위한 지식을 얻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 집을 짓기에 충분한 이론적 기술적 지식이 담겨 있지는 않다. 이것은 꿈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판타지는 아닌 지독한 현실 고증 리얼리티다. 건축 지식이 전무했던 판교 IT 직장인이 지난 10년간 제주에 나만의 공간을 짓기 위해 좌충우돌했던 그 과정의 기록을 통해 한 번쯤 자신의 꿈을 위해 세상에 도전하고 푼 사람들에게 작은 용기와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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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제집2] 숙명적 결정 장애자

처음 집을 짓겠다고 했을 때 그리 특별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건축 지식은 전무했지만 주변에 집을 직접 짓는 사람이 여럿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땅을 샀으니 당연히 집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 일생에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집을 짓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꼬마빌딩이나 리모델링 등 곳곳에 공사현장은 많이 보이는데 도심에서 단독주택 건설현장을 보는 건 쉽지 않다. 실제 내가 만나봤던 건축사들을 봐도 단독주택 포트폴리오가 그렇게 많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건축사들은 주택이 건물보다 더 까다롭다고 했다. 아무래도 건물은 일하는 곳이고 주택은 생활하는 곳이니 디테일하게 신경 쓸 것이 많다고. 그래서 건물 평수보다 주택이 작다고 설계비가 비례하여 작아지지 않는다고 했다.&nbsp;그렇게 집을 짓겠다고 건축사들을 만나 상담을 할 때 가장 처음에 듣는 질문은 바로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가”&nbsp;또는 “어떤 집을 짓고 싶은가”였다.&nbsp;언젠가 추운 겨울 눈 내리는 일본의 홋카이도 어느 지역에 빵 냄새 솔솔 나던 오두막집을 지나갈 때 너무나 평온하고 따뜻해 나도 언젠가 저런 집을 짓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이 시작이 아니었나 싶다. 핀터레스트나 월간지에서 차갑고 스틸로 된 검은 인테리어를 보면서 세련된 무엇을 마음에 담기도 했던 것 같다. 가족이 행복한 집, 목가적 분위기의 조용한 집, 햇빛이 비치는 집, 아니 고급스러운 분위기도 좋고요. 넓었으면 좋은데 좁아도 상관없어요. 하늘이 보였으면 좋겠어요. 바닥엔 물이 흐르고요. 지붕도 열리면 좋겠네요. 또.십중팔구 건축사들은 당황한다. 어떤 건축사는 A4 수십 장으로 된 설문용지를 보내온 적도 있었다. 우리 가족의 형태를 치밀하게 관찰하려는 목적으로 보였다. 가족의 행태와 사람의 로망은 다를 진데 어떻게 맞춰가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난 그냥 집을 지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만 했지 꼭 집을 지어야 한다는 사명감 따위도 없긴 했다.나도 나를 모르겠어요집을 짓는다고 하면 주변에서 많은 의견을 접수하게 된다. 2층은 필요 없어요. 활용도가 매우 떨어져요. 목조주택은 방음이 안되고 2층에서 삐그덕 소리가 나요. 집 크게 지을 필요 없다. 관리하기 힘들다. 잔디 깔지 말아라. 보기엔 좋아도 그거 중노동이다. 일생에 한 번 짓는 집 제대로 지어야 한다 등등. 모두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들이다. 이러한 의견들을 모두 취합하다 보면 집은 너덜너덜 해질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정리가 안되어 집 짓는 일을 중단한 적도 있다.두 번째로 많이 받는 질문은 예산에 대한 부분이다. "얼마 예산으로 지으려고 하느냐"&nbsp;또는 "몇 평짜리 집을 지으려고 하느냐"인데. 통장엔 돈이 한 푼도 없었다. 얼마나 돈이 필요한지 알고 싶기도 했는데.&nbsp;궁금한 점은 실제 다른 건축주는 가지고 있는 현금으로 집을 지을까? 몇 평을 원하는지 본인이 알고 있는 건축주는 얼마나 될까? 그런 걸 전혀 모르니 상담하고 협의하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이런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고 쫓아내지는 않는다.&nbsp;세 번째로 많이 받은 질문은 구조, 재료, 공법에 대한 부분이었다. "어떤 재료의 집을 짓고 싶은지". 즉, 기본적으로 철근콘크리트, 목재, 철골 중 말이다. 나는 그저 춥지 않으면 좋겠어요. 이 또한 3가지 장단점에 대해서 명확하게 모르니 선호도를 말할 순 없었다. 가장 흔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블로그나 유튜브 등에서 살펴보아도 너무 다양한 의견들이라 결론적으로 전문가가 결정해 주길 바랐다.가끔은 AI가 나를 인터뷰해서 예산과 평수 콘셉트 등 모든 것을 제안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건축사를 만날 때마다 난 더욱 작아져 있었다. 너무나 명쾌하게 콘셉트와 실행 안을 갖고 있는 건축주를 보면 부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건축주의 운명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자리라는 것을 안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것은 단지 설계 단계에서 뿐 아니라 건축의 전 과정에서 벌어진다.&nbsp;나는 회사나 일상생활에서 결정장애를 갖고 있지 않다고 자부했으나 건축에 있어서는 무색무취였던 것 같다. 한 때는 공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들어가서 사는 사람이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부족하고 불편한 것이 있다면 그때그때 바꾸어 나가면 되지 않겠느냐란 생각. 그저 내 한 몸 누을 공간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언젠가 이런 얘기를 건축사에게 했는데 허탈한 웃음을 지으셨던 기억도 있다. 아마도 건축에 대한 지식이 없다 보니 비교분석 자체가 힘들어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고 볼 수 있겠다. 지식이 없다고 집을 짓는 것이 범죄는 아니지 않은가. 전문가만 집을 지으란 법도 없을 테니 말이다.&nbsp;지식이 풍부하고 명확한 목적으로 효율적으로 집을 짓는다면 축복이겠지만 나처럼 이 혼돈의 과정을 해학과 웃음으로 잘 극복하고 즐길 수 있다면 그 또한 해볼 만한 작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결정장애는 부끄러운 것이 아닌 또 하나의 콘텐츠라 생각하기로 했다.나도 내가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제주라는 섬에 집을 지을 수 있을지 궁금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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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제집] 좋은 건축가를 만난다는 것

좋은 건축사를 만나는 팁은 없다고 본다. 실제로 일해 보지 않고 자신과 맞는 건축사를 만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집을 짓는데 건축사는 필수이다. 일단 건축허가를 낼 때 건축사 자격증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나는 집을 짓기로 한 후 6명 건축사를 만났다. 물론 내 운동커뮤니티에 유독 건축 설계 쪽 분들이 많긴 했는데 나는 지인과 일하는 것이 부담이라 일부러 피했다. 6명을 동시에 만나 그중에 한 명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최근 2년간의 기간 동안 상담한 건축가들의 숫자다.&nbsp;주변에서 건축사를 찾는 건 단순하기도 하고 단순하지 않기도 하다. 사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을 수도 있지만 주변에 건축 관련 종사자 한 명쯤은 있지 않겠는가. 변호사를 찾는 일과 비슷할 것 같다. 보통은 땅이나 건물을 계약한 부동산에서 많이 건축사를 추천해 주기도 한다고. 건축사를 고를 때 고민했던 부분 중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지역적인 부분이었다. 내가 서울에 거주하니 설계과정에서 건축주와 많은 소통이 가능한 서울 지역 건축사와 실제 제주를 잘 알고 내가 자주 갈 수 없기에 현장에서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제주 지역 건축사 중 고민이 컸다.&nbsp;나는 그중 설계의 디테일보다는 제주에서 원활한 활동이 가능한 현지 건축사를 먼저 만나보기로 했다.나는 실제 제주에서 집을 지은 지인에게 건축사 추천을 의뢰했다. 지인은 ‘허가방’이라고 해서 도면은 본인이 그리고 허가만 대행하는 건축사도 있다고 했다. 나는 실제 설계가 필요할 것 같아 지인 건축사 연락처를 받았다. 대략적인 설계비는 듣기도 했고 또 각종 건축 관련 책을 보면 평당 얼마라는 대략적인 단가가 나와있기도 했다. 해당 건축사와 연락 후 가족 여행을 핑계 삼아 제주에 가서 직접 사무실에 방문했다. 제주시내가 아닌 근교에 위치해 있었는데 사무실에 혼자 있었다. 자신의 포트폴리오도 대략적으로 설명하고 언제나 그렇듯 기본 3가지 질문에 대해 논의했던 것 같다. 나는 주로 듣는 입장이었는데 특히나 나의 땅이 권리관계가 복잡했는데 제주 건축사라 그런지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각종 법적 인허가 문제들을 능숙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씀 주셨다. 그리고 본인은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직접 설계를 하지 않고 설계는 다른 곳에 외주로 요청한다고. 한 시간 정도의 미팅을 하고 나오면서 몇 가지 생각이 들었다. 홈페이지도 없는 이 설계사무소에서 했다는 그 포트폴리오는 실제 여기서 한 것일까. 나와 상담한 이 분은 실제 설계사 자격증을 갖고 있을까. 이 분을 뭘 믿고 수 억 원짜리 공사 계약을 할 수 있을까. 불안한 생각들이 엄습해 왔다.&nbsp;실제로 집을 지은 지인들은 건축사에게 아쉬운 소리를 많이 했다.그들은 본인들의 살 집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하려고 해실제 건축사이면서 자신이 설계한 집에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물론 건축사의 역할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기에 5년 이상을 대학에서 공부한 사람들이다. 건축사들 중에도 스타일이 있다고 듣긴 했다. 미적인 면을 강조하는 사람과 튼튼하고 실용적인 면을 강조하는. 그 중간을 추구하는 건축사를 어떻게 고를 수 있다는 말인가. 단 한두 시간의 미팅으로 말이다.그 후 나는 서울 건축사를 소개받아 만나기도 했다. 설계비란 것이 부동산 소개비처럼 정해진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만난 6명의 설계사들과 논의한 설계비의 평균을 내보면 제주 설계비보다 서울 설계비가 최소 3배 이상이 비쌌다. 물론 내가 만난 건축사가 훌륭하신 분임은 분명할 것이다. 또한 세부적인 설계도 규모도 차이가 나긴 했다. 그럼에도 이러한 금액 차이가 나는 점은 선 듯 이해하기 힘들었다.사실 설계비가 비싸다는 건 문제가 아니다. 그 값을 지불할 때 충분히 합당한 것인가가 중요할 것이다. 어찌 보면 건축비에서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는, 아니 건축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축설계를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일은 건축의 성공에서 최소 5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험난하고 난생 처음인 건축과정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건축사를 만나는 건 축복이다. 설계비는 완공 후 만족감의 값어치이며 미래에 절약될 시행착오 비용까지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nbsp;한 때 난 ‘설계도는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데 건축가의 역할이 필요하나’하는 어리석은 생각도 한 적이 있다. 건축가는 최고의 전략가이자 등불 같은 존재이다. 내가 건축의 바다에서 길을 잃거나 좌초되지 않도록 방향을 잡아주고 즐거운 항해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건축가는 결코 선장은 아니다. 물론 선장 역할도 해줄 수 있겠지만 그렇다면 굳이 집을 스스로 지을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nbsp;훌륭한 건축가란 누구인가. 나는 나의 이 결정장애와 다양한 욕구를 잘 들어주기만 하는 것이 아닌 함께 상상의 나래를 그리고 그 속에서 잘못된 부분은 지적하여 하나하나 정리해 나가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성향에 따라 경험에 따라 필요한 건축사의 역할은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가장 절대적인 것은 지나칠 정도로 충분히(깨알같이) 의견을 나누는데 열려 있는 건축사는 실패할 확률이 적다고 본다.나는 결국 두 곳 설계사무소와&nbsp;계약을 체결했다. 한 곳은 제주, 한 곳은 서울이었다.&nbsp;서로 역할을 나누어 협력하여 진행하기로 했다. 어쩌면 일생에 가장 도전적인 건축이라는 행위에 대해 실패를 최소화할 여러 개의 완충지를 마련한 셈이었다. 비용에 대한 부담보다 결코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뒤에서 자세히 들려 드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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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제집] 내가 몰랐던 평당 건축비의 비밀/내가 몰랐던 평당 건축비의 비밀

‘평당 건축비는 의미 없다’란 얘기도 많이 들린다. 건축주가 어떤 재료 어떤 콘셉트를 차용하느냐에 따라 금액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당연한 얘기이다.처음 건축사 미팅을 할 때 예산을 물어보지만 당연 건축비를 예상할 수 없기에 대답할 수 없었다. 이때 준비해 간 워너비 콘셉트 사진들을 보여주면 그때 비로소 건축사는 본인의 포트폴리오 사례에서 비슷한 콘셉트의 사례를 들어 대략적인 평당 건축비를 말해준다. 참 신기한 광경이었다. 물론 모든 건축사가 이렇게 자판기처럼 건축비를 말씀해 주진 않는다. 건축주의 예산에 맞는 설계를 하겠다는 분도 계셨고 정확한 건축비는 시공사랑 협의하라는 분도 계셨다.내가 준비한 콘셉트 사진을 보고 건축사들은 모두가 평당 1000만 원 이상이 들 것이라 하였다. 나는 깜짝 놀랐는데 책에 있는 내용과 현저히 달랐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도서관 책을 참고하다 보니 출판된 지 꽤 지난 책들이 많았는데 책이란 매체는 실시간으로 현실을 반영하지는 못할 듯하다. 내가 본 책에는 평당 5~700만 원까지 다양했으나 건축사들은 입을 모아 최소 1000만 원을 이야기 했다. 이어 코로나 시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자재비가 엄청나게 뛰었으며 인건비 또한 뛰었다고 입을 모았다. 더군다나 제주는 물류비가 추가로 든다고 하니 비용을 더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 만나 본 한 시공사는 30평 정도 주택에 콘크리트 치는데 1억은 든다고 해서 적잖이 충격을 먹기도 했다. “30평짜리 주택에 드는 시멘트 비용이 1억이라니!”여기서 건축비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부 설계가 끝나고 시공사로부터 견적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때 세부적인 건축비 내역이 나와있다. 물론 직영공사와 종합건설사를 통한 공사에는 여러 가지 차이가 있다. 나는 여러 리스크를 고려해서 비용이 더 들더라도 안전한 종합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했는데 견적서를 보고 약간 당황했다. 일반적으로 공사비라 하면 자재비와 인건비가 거의 반반으로 보면 된다. 여기에 각종 공사 현장의 안전 등에 필요한 보험료가 10%가 추가되고 시공사의 이윤 10%가 추가된다. 다시 여기에 부가가치세 10%가 추가가 된다. 여기서 현타가 온 것은 공사비의 대부분은 재료비로 알고 있었던 나에게 재료비의 비중보다 인건비와 간접비의 비중이 더 크다는 데 있었다.공사비 = 재료비+인건비+간접비(재료+인건비의 10%)+이윤(재료+인건비의 10%)+부가세즉, 평당 1000만 원이라는 말속에는 재료비 400만 원, 인건비 400만 원, 간접비 80만 원, 건설사 이윤 80만 원 정도가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부가세 및 인허가비 등 각종 세금이나 설계비는 제외된 금액이다. 물론 직영 공사를 시행한다면 부가세는 내야하겠지만 간접비나 건설사 이윤은 재료비에 비례하여 올라가진 않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 견적서를 살펴보면 철근 콘크리트 공사비 1억여 원 중 재료비가 5천만 원, 인건비가 5천만 원이었는데. 재료비 5천 중에서 시멘트 비용은 채 2천만 원도 안되었다. 약 1.5천만 원이 철근, 나머지 비용은 거푸집 등 공사를 위한 부대비용이었다. 물론 간접비는 이 금액에 20~30%를 더 고려해야 한다. 즉, 총 철근콘트리트 기초타설 비용 1억 중 시멘트는 20%인 2000만 원정도였다.여기서 공사비를 줄인다는 것은 재료비만이 변수로 작용한다.&nbsp;즉, 재료비만 줄 일 수 있지 인건비를 마음대로 줄일 순 없다. 할 일의 양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실제 재료비 100만 원을 줄이면 인건비는 고정이고 간접비 30%인 약 30만 원 정도가 추가로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건축주의 딜레마가 시작되는데 면적을 줄이지 않는 한 줄일 수 있는 건 마감 재료비뿐인데 일반적으로 시공사 견적에 대해 협상과 ‘네고’를 하는 과정에서 건축주가 선택한 창호, 타일, 페인트, 가구 인테리어 비용 등을 놓고 우선순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낮은 가격의 재료로 다운그레이드해야 한다. 그런데 눈물을 머금고 금액을 낮춰봐야 전체 공사비에서 재료비로 낮출 수 있는 한도는 매우 제한적임에 절망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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