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 대학생 미식 탐정》드라마 연재를 시작하며13세기 중세 가난한 대학생이 거상이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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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아래, 금빛으로 빛나는 소스 한 접시. 볼로냐에서 가장 부유한 식탁 위에 오른 그 접시를, 연회가 끝난 자정의 주방에서 한 청년이 손가락 끝으로 찍어 맛봅니다. 그리고 멈춥니다.
"색은 있는데, 향이 없다."
《맛의 문명사》가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음식으로 역사를 읽어온 우리가 이번에는 한 걸음 더 들어가 봅니다. 13세기 이탈리아의 거리와 주방, 강의실과 시장 속으로. 그 시대를 살았을 법한 한 사람의 눈과 혀를 빌려서요.
기획 의도 — 한국인의 눈으로, 미식의 언어로
일본 작가가 『로마인 이야기』로 로마를 다시 썼듯이, 우리는 미식의 눈으로 13세기 이탈리아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 이야기에는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배경은 기록에서, 인물은 상상에서. 주인공이 걷는 회랑, 강의실에서 듣는 의학, 연회에 오르는 식재료, 시장에서 벌어지는 속임수는 실제 사료에 근거합니다. 그 위를 걷는 인물과 그들의 선택은 작가의 상상으로 채웠습니다.
그리고 매 화 식재료 하나가 이야기를 엽니다. 사프란, 빵, 소금, 후추, 곡물. 재료 하나를 따라가면 도시가 보이고, 도시를 따라가면 한 시대가 보입니다. 고증은 이야기에 무게를 주지만,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결국 주인공의 호기심입니다. 무엇보다 즐거운 이야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시놉시스
1290년, 볼로냐. 유럽 각지에서 학생들이 모여드는 대학 도시입니다. 말을 타고 하인을 거느린 부잣집 자제도 있고, 몇 주를 걸어서 온 가난한 학생도 있습니다.
스무 살 토마소는 걸어서 온 쪽입니다. 밤에는 남의 교재를 베껴 강의료를 벌고, 낮에는 부유한 법학생의 시종으로 일하며 남은 음식으로 끼니를 잇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 경쟁자였던 두 가문이 혼약을 맺으며 성대한 연회를 엽니다. 두 집안의 요리사가 함께 상을 차리는 자리입니다. 누구도 대결이라 부르지 않았지만, 모두가 대결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한쪽은 값비싼 사프란으로 물들인 금빛 소스를, 다른 한쪽은 시장에서 누구나 살 수 있는 허브로 만든 초록 소스를 내놓습니다.
그날 밤, 설거지통 앞에서 토마소는 아무도 몰랐던 사실 하나를 알아챕니다. 그리고 빈 향신료 꾸러미 구석에서 낯익은 표식 하나를 발견합니다.
그 표식을 따라가는 순간부터, 토마소는 식탁 너머의 세계를 보기 시작합니다. 귀한 재료는 어디서 와서 누구의 손을 거치는가. 흉년에 창고를 쥔 자는 누구인가. 빵 한 덩이의 무게는 누가 정하는가. 접시를 치우던 학생은 이 길 끝에서 중세 유럽의 유통망과 마주하게 됩니다.
맛을 아는 사람은 결국 무엇이 되는가. 이 시리즈가 끝까지 붙들고 갈 질문입니다.
주인공 — 토마소
볼로냐 남쪽 아펜니노 산골, 밀보다 밤가루를 먹던 집에서 자랐습니다. 대학에서는 강의실 맨 뒤에 서서 의학을 듣습니다. 대학에 오기 전 한 해 동안 약재상에서 절구를 찧으며 향신료를 코와 손끝으로 외웠습니다.
그의 무기는 가난이 훈련시킨 혀입니다. 많이 먹을 수 없으니 적게, 정확하게 먹습니다. 한 입이 귀하니 그 한 입을 오래 기억합니다. 그래서 그는 무엇을 먹든 먼저 냄새부터 맡습니다.
탐정으로서 그가 가진 조건도 가난에서 나왔습니다. 시종은 주방의 가구처럼 보여서 아무도 그를 의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는 모든 것을 봅니다. 양피지는 비싸서, 단서는 밀랍 서판에 새겼다가 외운 뒤 지웁니다.
결점도 있습니다. 가난에 대한 자존심이 강해서, 알아도 말하지 않습니다. 증거가 손에 쥐어지기 전까지는.
그의 강의실 앞에는 실존 인물이 서 있습니다. 볼로냐의 의학 교수 타데오 알데로티. 넉넉지 않은 집안에서 태어나 당대 최고의 명성을 얻은 사람입니다. 토마소가 닮고 싶은 미래입니다.
시대 배경 — 1290년의 볼로냐
이야기 속 볼로냐는 상상 속 도시가 아닙니다. 기록에 남은 도시입니다.
탑의 도시. 12~13세기 볼로냐에는 유력 가문들이 경쟁하듯 세운 돌탑이 빽빽했습니다. 한때 180개였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오늘날 학자들은 많을 때 80~100개 정도로 봅니다. 지금은 20개가 채 남지 않았습니다.
회랑의 도시. 1288년, 볼로냐는 도시 조례로 거리의 회랑(포르티코)을 의무로 정했습니다. 당시 회랑은 주로 나무 기둥이었습니다. 이 회랑들은 202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었습니다.
책을 베끼는 도시. 인쇄술이 없던 시대, 볼로냐 대학은 '페치아'라는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공인된 교재 원본을 몇 장씩 나누어 빌려주면, 학생과 필경사가 그것을 베껴 책을 만들었습니다. 토마소의 밤은 이 일로 채워집니다.
음식에도 성질이 있던 시대. 당시 의학은 음식에 뜨겁고 차갑고, 마르고 습한 성질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사람은 자기 몸의 균형에 맞게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알데로티 역시 환자를 위한 처방을 남겼고, 그 안에는 식단에 관한 조언이 담겨 있습니다.
금보다 귀한 노란색. 중세 이탈리아 상류층의 식탁에서 색은 맛만큼 중요했습니다. 노란색은 사프란으로 냈습니다. 꽃 한 송이에서 얻는 암술은 단 세 가닥이고, 그것을 사람이 손으로 따서 말립니다. 그렇게 귀했기에 사프란에는 늘 가짜가 따라다녔습니다.
이렇게 보시면 더 재미있습니다
- 음식이 단서입니다. 사건은 칼이 아니라 소스 한 접시, 향신료 한 꾸러미에서 시작됩니다.
- 팩트와 상상의 경계를 찾아보세요. 매 화 실제 역사와 창작이 맞물려 있습니다. 어디까지가 기록이고 어디부터가 상상인지 짚어보는 것도 이 시리즈의 즐거움입니다.
- 악당은 없습니다. 가짜를 판 사람도, 그것을 쓴 요리사도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판단은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둡니다.
700여 년 전 볼로냐의 어느 주방, 그을음 낀 다락방, 촛불이 흔들리는 연회장. 우리는 그곳에 있지 않았지만, 그곳의 음식은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음식이 남아 있는 한, 그 시대를 살던 사람들의 삶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가난한 학생 토마소의 혀가 앞으로 무엇을 맛보게 될지, 그리고 그 혀가 그를 어디로 데려갈지. 첫 번째 이야기 「금빛 소스」와 함께 그 여정을 시작해 주세요.
《볼로냐 대학생 미식 탐정》에 많은 관심과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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