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수만 대군을 살린 낯선 땅의 밥상코끼리 부대보다 무서운 '굶주림'
기원전 326년 여름, 인도 북서부 히다스페스 강가를 상상해보겠습니다.
우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습니다. 강물은 평소보다 훨씬 높게 불어 있었고, 흙탕물이 굉음을 내며 흘렀습니다. 공기는 눅눅했고, 멀리서는 천둥이 낮게 울렸습니다. 발밑의 진흙은 갑옷 무게에 눌려 질척였고, 병사들의 튜닉은 이미 땀과 빗물로 젖어 몸에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마케도니아 병사들은 강 이편에 서서 반대편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저 커다란 바위처럼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것이 움직였습니다. 한두 개가 아니었습니다. 수십 개의 거대한 형체가 강변을 따라 줄지어 서 있었고, 그 등 위에는 사람이 타고 있었습니다.
코끼리였습니다.
땅이 흔들리는 듯한 낮은 울음소리가 강을 건너 들려왔습니다. 습한 바람을 타고 낯선 짐승의 냄새마저 실려 오는 듯했습니다. 병사들 사이로 술렁임이 퍼졌습니다. 창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누군가는 낮게 욕설을 뱉었을지도 모릅니다. 십여 년 가까이 페르시아의 사막과 중앙아시아의 산길을 걸어온 이 노련한 병사들도, 이런 짐승이 전장 한복판에 줄지어 서 있는 모습만큼은 상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강 건너편에는 인도의 왕 포루스가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서 있었습니다. 알렉산더는 여기까지 오는 동안 페르시아 제국을 무너뜨렸고, 중앙아시아의 사막과 산맥을 건넜습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습니다. 기후가 다르고, 강이 다르고, 전쟁의 방식이 다릅니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것이 하나 더 다릅니다. 먹는 것입니다.
이 거대한 군대는 대체 무엇을 먹으며 여기까지 왔을까요. 마케도니아에서 빵과 고기를 계속 실어 날랐을까요. 그럴 수 없었습니다. 유럽에서 출발해 소아시아를 지나고, 페르시아를 정복하고, 중앙아시아를 건너 인도까지, 이 여정은 수천 킬로미터였습니다. 트럭도, 냉장고도, 선박 항로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느리고 위태로웠던 시대입니다.
그렇다면 이 군대는 대체 어디서 밥을 구했을까요. 그리고 세계를 정복하는 동안, 이들의 식탁에는 세계의 음식이 어떻게 들어왔을까요.
탐험을 시작합니다.
▶ 1장 — 코끼리보다 무서운 숫자
알렉산더의 군대가 인도까지 오는 동안 이끌었던 병력은 연구자에 따라 추산이 다르지만, 대체로 수만 명 규모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기병대의 말, 짐을 나르는 노새와 낙타까지 더하면, 이 행렬이 하루에 삼켜야 하는 식량과 물의 양은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군대가 하루라도 멈추면 그 자리 주변의 풀은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말과 노새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사료를 필요로 하고, 물도 그만큼 마셔야 합니다. 야영지 하나를 세우고 걷을 때마다, 그 자리에는 뜯긴 풀뿌리와 짓밟힌 흙만 남습니다. 그래서 이런 대규모 원정에서는 언제나 같은 계산이 따라붙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는 무엇을 먹을 수 있는가.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알렉산더의 군대는 마케도니아의 식량을 가지고 다닌 것이 아니었습니다. 고대 역사가 아리안의 기록에 따르면, 알렉산더는 히다스페스 강을 앞두고 주변 여러 지역에서 곡물을 모아 군영으로 들여왔습니다. 이 말은 아주 단순하지만 동시에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려줍니다. 알렉산더의 병사들이 인도에서 입에 넣은 곡물은, 마케도니아가 아니라 인도의 밭에서 자란 것이었습니다.
정복자가 국경을 넘는다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음식을 만나는 일이 아닙니다. 그 순간부터 그는 완전히 새로운 식량 시스템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입니다. 어제까지 페르시아의 밀을 먹던 몸이, 오늘부터는 인도의 곡물과 물과 기후에 맞춰 다시 적응해야 합니다. 코끼리와 맞서는 일보다, 어쩌면 이 적응이 훨씬 더 몸에 새겨지는 전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 2장 — 빼앗거나, 연결하거나
그런데 알렉산더가 들어간 인도 북서부는 텅 빈 미지의 땅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도시가 있었고, 농업이 있었고, 시장과 교역망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특히 오늘날 파키스탄에 해당하는 탁실라는 당시 번성한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성벽 안쪽으로는 곡물을 쌓아둔 창고와 가축이 오가는 시장 골목이 있었고, 그 바깥으로는 넓고 비옥한 농경지가 지평선까지 이어졌습니다. 탁실라의 통치자 탁실레스는 알렉산더에게 적대가 아니라 우호로 접근했습니다.
이 선택은 군사적으로도 중요했지만, 식탁의 관점에서 보면 훨씬 더 결정적입니다. 적의 땅에 들어가면 곡물은 빼앗아야 하는 대상입니다. 하지만 동맹이 된 땅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시장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농민과 거래할 수 있습니다. 가축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이미 그 땅에서 돌아가고 있던 생산과 유통의 흐름에, 군대가 자연스럽게 올라탈 수 있습니다.
결국 원정하는 군대가 살아남는 방법은 두 갈래로 좁혀집니다. 빼앗거나, 연결하거나.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따라옵니다. 그렇다면 마케도니아 병사들은 인도 음식을, 그러니까 오늘날 우리가 떠올리는 카레 같은 음식을 먹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모릅니다. 적어도 알렉산더 원정을 다룬 주요 고대 기록 어디에도 병사들이 특정한 인도 요리를 먹었다는 구체적인 서술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더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영어 단어 커리(curry)조차, 당시 인도인이 부르던 어떤 음식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말이 아닙니다. 이 단어는 훨씬 후대에 남인도 타밀어의 카리(kari)와 연결되며 자리 잡은 표현입니다. 그러니 "알렉산더가 인도에서 카레를 먹었다"는 문장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상상에 가깝습니다.
다만 확인되는 사실은 있습니다. 그의 군대가 인도의 농산물을 먹었고, 현지에서 식량을 조달했고, 현지인들과 접촉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그릴 수 있는 장면은 이런 것입니다. 마케도니아 병사의 식탁 위로, 낯선 곡물과 낯선 향, 낯선 조리법이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했을 가능성. 다만 그 구체적인 모습은 기록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 빈칸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역사는 왕이 누구를 죽였는지는 기록하지만, 그 전날 저녁 병사들이 무엇을 먹었는지는 좀처럼 기록하지 않으니까요.
▶ 3장 — 모든 것이 식량이 되는 순간
알렉산더의 원정에서 음식 이야기가 가장 극적으로 바뀌는 순간은, 사실 인도가 아니라 돌아오는 길에 있습니다.
인도에서 군대를 돌린 알렉산더는 병력을 둘로 나눕니다. 함대는 네아르코스가 이끌고 해안을 따라 서쪽으로 향하고, 육군은 알렉산더 자신이 이끌고 육로로 이동합니다. 그 육로가 지나는 곳이 게드로시아, 오늘날 남부 파키스탄과 이란 남동부에 걸친 지역입니다. 그리고 이 구간은 알렉산더 원정 전체를 통틀어 가장 참혹한 구간으로 기록됩니다.
인도에서는 코끼리를 만났습니다. 게드로시아에서는 아무것도 만나지 못합니다. 발밑은 끝없이 이어지는 모래언덕이고, 태양은 그늘 한 점 없이 내리쬡니다. 낮 동안 달궈진 모래는 밤이 되어도 쉽게 식지 않아 병사들의 발바닥을 계속 지졌고, 바람이 불 때마다 가는 모래 알갱이가 눈과 입 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길잡이조차 사방이 똑같은 능선뿐인 이 지형 앞에서 방향을 잃었습니다. 로마 시대 지리학자 스트라보의 기록에 따르면, 이 구간의 보급품은 먼 곳에서 어렵게 실어 와야 했고, 그 양도 적었으며 도착하는 간격도 길었습니다.
식량이 떨어지자 군대는 굶주리기 시작했습니다. 짐을 나르던 동물들이 하나둘 무릎을 꿇듯 쓰러졌습니다. 아리안은 병사들이 굶주림에 몰리자 몰래 노새와 말을 잡아 그 고기를 먹고는, 짐승이 갈증이나 탈진으로 저절로 죽은 것처럼 꾸며댔다고 기록합니다. 알렉산더도 이 사실을 알았지만, 지금 이 순간 병사들을 벌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습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곡식을 싣고, 천막을 싣고, 물을 나르던 말과 노새가, 어느 저녁 그대로 병사들의 식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전쟁은 더 이상 누가 더 강한가의 문제가 아니게 됩니다. 누가 먼저 굶어 죽는가의 문제로 바뀝니다. 걷다가 그대로 잠들어 대열에서 뒤처지는 병사들이 늘어났고, 그렇게 뒤처진 이들 중 상당수는 다시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곡물이 있는 지역을 발견했을 때, 알렉산더는 그것을 확보해 짐승에 싣고 봉인한 뒤 함대 쪽으로 보내려 했습니다. 하지만 굶주린 병사들이 그 곡물을 먹어버렸습니다. 경비를 서던 병사들조차 먹었고, 다른 굶주린 병사들과 나누기도 했습니다. 아리안은 이 장면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알렉산더는 이 사실을 알게 됐지만 병사들을 벌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는 명령을 내립니다. 현지인들에게 남은 곡물을 갈게 하고, 대추야자와 양을 가져와 병사들에게 팔게 하라. 이 짧은 명령 안에는 아주 큰 그림이 담겨 있습니다. 곡물을 손에 넣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누군가는 그것을 갈아야 하고, 누군가는 운반해야 하고, 누군가는 가축을 끌고 와야 하고, 누군가는 그 자리에 시장을 열어야 합니다. 그리고 군대는 그것을 돈을 주고 사야 합니다. 전쟁은 결국 현지의 농업과 시장을 군사 시스템 안으로 강제로 끌어들이는 작업이 되어 있었습니다.
물조차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어느 순간 군대는 물을 찾지 못해 헤맵니다. 길잡이들마저 사방이 똑같은 모래언덕 속에서 방향을 잃습니다. 알렉산더는 소수의 기병만 이끌고 앞서 나갑니다. 마침내 바다에 다다르고, 해변의 자갈과 모래를 손으로 파헤친 끝에 마실 수 있는 물을 찾아냅니다. 이때 그들에게 바다는 풍경이 아니라, 물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지도였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도 위험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간신히 물가에 이른 군대가 밤을 보내던 중, 갑작스러운 급류가 야영지를 덮쳤습니다. 잠들어 있던 사람들과 짐을 실은 동물들이 그대로 물살에 휩쓸려 사라졌습니다. 사막을 벗어났다고 믿는 순간에도, 이 원정에서 안전이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 4장 — 전쟁이 만든 미식의 지도
알렉산더의 원정을 이렇게 따라가다 보면 이상한 역설과 마주하게 됩니다.
우리는 보통 정복자를 떠올릴 때, 그가 무엇을 가지고 갔는가를 먼저 생각합니다. 알렉산더는 페르시아를 정복했고, 중앙아시아를 건넜고, 인도까지 들어갔습니다. 그러니 가는 곳마다 자신의 문화를 심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군대의 식탁을 따라가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알렉산더의 군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 땅의 방식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페르시아에서는 페르시아의 곡물을 먹어야 했고, 중앙아시아에서는 그곳의 식량을 찾아야 했고, 인도에서는 인도의 농업 생산에 기댔고, 게드로시아에서는 대추야자와 현지 곡물, 양고기로 버텼습니다. 물조차 그 땅이 가진 방식으로 찾아야 했습니다.
전쟁이 새로운 음식을 발명한 것이 아닙니다. 훨씬 원시적인 방식으로, 한 군대가 국경을 넘으면 그 군대는 그곳의 곡물을 먹어야 하고, 그곳의 가축을 사야 하고, 그곳의 시장과 농민과 거래해야 합니다. 그리고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던 것들을 입에 넣게 됩니다. 그중 일부는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일부는 병사들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고, 아주 일부는 다음 세계로 넘어갑니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음식의 세계화는, 어쩌면 이런 작은 이동들이 오랜 시간 쌓여 만들어진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다시 히다스페스 강가, 그 여름날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강 건너편에는 여전히 코끼리가 서 있습니다. 마케도니아 병사들에게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전쟁의 광경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정말로 처음 마주한 것은 코끼리만이 아니었습니다. 낯선 곡물, 낯선 시장, 낯선 계산법으로 돌아가는 새로운 세계의 식탁이었습니다.
이들은 그 땅의 곡물을 먹었고, 그 땅의 가축에 의존했고, 그 땅의 시장과 농업 위에서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가지고 있던 식량마저 바닥나, 결국 짐을 나르던 말과 노새까지 먹어야 했습니다.
세계 최강이라 불리던 군대가, 세계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결국 배운 것은 정복한 땅의 음식을 먹는 법이었습니다.
인도의 풍요는 병사들을 살렸고, 게드로시아의 모래는 병사들에게서 말과 노새까지 빼앗아갔습니다.
음식의 세계화는 왕의 궁전에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어느 위대한 요리사의 손끝에서 시작된 것도 아닙니다. 어쩌면 그것은 수천 명의 굶주린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가면서, 아주 조용히 시작됐는지도 모릅니다. 그 길 위에서 곡물이 이동하고, 가축이 이동하고, 조리법이 이동하고, 결국 사람이 이동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알렉산더보다 훨씬 거대한 규모로 이 문제와 마주한 제국을 만나보겠습니다. 로마입니다. 수십만 병력을 어떻게 먹였을까요. 그리고 그 거대한 도시는 대체 어디에서 밀을 실어 왔을까요. 이번에는 군대 하나가 아니라, 제국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식량 공급망이 됩니다.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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